자서전(自敍傳) 재미없는 인생이야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래 진실과 거짓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무언가를 써야 하지 솔직하게 쓰자는 마음가짐은 무익해 그런데 쓰고 싶은 이야기가 딱히 없거든 글 쓰는 사람이 뭐 팔아먹을 이야깃거리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쇠고기의 양지머리처럼 뭉근히 우려내어서 국을 끓일 수도 없고 참으로 인생이란 우습고도 눈물이 나 찔끔 예정된 죽음의 시간 또박또박 내게로 걸어오지 꼬깃꼬깃 구겨진 마음 잊어버리자 되뇌지만 꼭 만나야 하는 너처럼 그 순간이 오고야 말 테지 문이 열린 차의 조수석 늙고 아픈 노인은 입을 벌리고 단잠에 빠져 있어 건너편의 놀이터에는 분홍색 옷을 입은 조그만 아이가 엄마를 향해 웃으며 달려가 봄의 마지막 날 포플러 나무의 휘어지는 손짓 자서전의 가운데 페이지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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