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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2022 올해의 영화

  내가 뽑은 2022 올해의 영화 1. Aftersun(2022)   31살이 된 딸은 자신이 11살 때에 아버지와 떠난 터키 여행을 회상한다. 오래전 여행에서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알려주는 뜻밖의 진실.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은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슬픔과 감동으로 가슴이 뻐근해짐을 느낄 것이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12/aftersun2022.html 2. The Banshees of Inisherin(2022)   1923년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으로 한 부조리극. 고요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오랜 우정을 이어온 두 남자. 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은 뜻밖의 파란을 불러온다. 배우들의 놀라운 열연,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관객은 인간 내면의 심연을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12/banshees-of-inisherin2022.html 3. Tár(2022)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성 지휘자 타르는 경력의 정점에서 갑자기 추락한다. 어떻게 타르는 무너져 내렸을까? 영화는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어두운 내면을 깊이있게 성찰한다. 이 영화에서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의 여진도 감지된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12/todd-field-tar2022.html 4. Armageddon Time(2022)   감독 제임스 그레이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그리움과 고통 속에서 돌아본다. 그가 지나온 소년 시절은 1980년대의 시대상과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영화가 들려주는 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시대를 읽어내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12/armageddon-time-2022.html...

견고한 인습의 벽 앞에 선 소녀, Yuni(2021)

  *이 글에는 영화 'Yuni(2021)'의 결말 부분이 들어있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Yuni의 집을 찾아온다. 여고생 유니는 이제 두 번째 청혼 신청을 받는다. 늙수그레한 남자는 두툼한 돈봉투를 내민다. 결혼 전, 신부의 집안에 건네는 지참금이다. 남자는 아내의 동의를 얻었다면서 유니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나라에서는 본부인의 동의만 있다면, 남자는 세 명의 아내를 더 둘 수 있다. 유니의 집안은 그리 넉넉치 않다. 유니의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먼 도시 자카르타에서 일하고 있다. 할머니와 지내는 유니는 이제 고 3, 명석한 이 소녀는 대학에 가고 싶지만 학비 때문에 고민이다. 그런 가운데 연달아 혼담이 들어온다. 유니가 사는 곳에서는 두 번의 혼담을 거절한 여자는 영원히 결혼하지 못한다는 믿음이 있다. 유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에게는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인도네시아 영화. Kamila Andini 감독의 영화 'Yuni(2021)' 는 인도네시아 시골에 사는 여고생 유니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은 속옷부터 시작해서 방안의 물건이며 소지품이 온통 보라색인 소녀와 만난다. 유니는 보라색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 보라색 물건이 눈에 띄기만 하면 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라색 매니아 유니.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치렁치렁한 교복 치마와 흰색의 히잡(hijab)만이 허용될 뿐이다. 유니의 학교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의한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조만간 여학생들이 처녀성(virginity) 검사를 받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음악 동아리 활동은 이슬람적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금지당한다. 좀처럼 믿기 어렵지만, 그게 유니가 처한 현실이다.    오랜 가부장적 전통은 유니 또래의 소녀들에게 남자에 예속된 삶을 강요한다. 유니의 동급생 가운데에는 일찍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여학생도 있다. 조혼(早婚, child marriage) 은 인도네시아 사회의 커...

혁명이 끝난 후, 통금(After the Curfew,1954)

  *이 글은 영화 '통금(After the Curfew, 1954)의 결말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난 내가 외국인처럼 느껴져."   영화의 첫 장면, 어두운 밤길을 걷는 한 남자의 시선이 벽보에 멈춘다.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통금을 알리는 글이다. 4년에 걸친 치열한 전쟁이 끝났다. 조국은 원하는 독립을 쟁취했고, 그는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싸운 전사였다. 이제는 군인이 아니라 일반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스칸다르는 딱히 머물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약혼녀 노르마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하지만 그 집의 모든 것이 그에겐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부유한 노르마의 집에서 이스칸다르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노르마가 이스칸다르의 귀환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돌아온 혁명 전사는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과 마주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자신의 재단(The Film Foundation)을 통해 세계 영화사에서 보존될 가치가 있는 영화들의 복원 작업을 후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로 그 프로젝트의 선정작이 된 영화 '통금(Lewat Djam Malam, After the Curfew, 1954)'은 2012년에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자국의 엄혹한 독재 시절을 지나며 무려 50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초창기 인도네시아 영화사의 중심 인물인 우스마르 이스마일(Usmar Ismail) 감독은 1949년 독립 직후 조국의 혼란한 상황을 영화로 기록했다. '통금'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혁명의 좌절된 이상을 제대 군인의 시각을 통해 보여준다.   노르마의 아버지는 사윗감이 영 마뜩잖지만 딸을 생각해서 친구인 주지사의 사무실에 취직시킨다. 그러나 그곳에서 하루 만에 해고당한 그는 부대원이었던 가파르를 만나러 간다. 이스칸다르는 전쟁 때 자신이 죽였던 사람들의 비명이 아직도 들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성공한 건축업자가 된 가파르는 그저 과거를 잊고 새출발을 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