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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8부작 미니 시리즈 'Ken Burns: The West(1996)' 6편

빼앗긴 성지 Black Hills, 인디언 전쟁의 끝

6편 Fight No More Forever(1874-1877)          1시간 25분
     


  대륙 횡단 철도 개통된 1869년부터 1874년까지 수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서부로 몰려왔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땅이었다. 미국 정부는 인디언들의 거주지를 계속해서 뺏어나갔다. 표면적으로는 돈을 주고 인디언들의 땅을 사들이는 것이었지만, 헐값에 넘기기를 강요하는 '강탈'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마도 '좋은 말로 할 때 내놓으시지. 살려는 드릴게' 같은 협박이 아니었을까? 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설고 황폐한 보호구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Oregon의 Wallowa 지역에 사는 Nez Perce족 추장은 미국 정부가 내미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버텼다.

  라코타족도 살던 곳을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코타에 위치한 'Black Hills'는 수족 인디언(라코타족은 수족의 한 분파)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1868년에 체결된 포트 라라미 조약(Treaty of Fort Laramie)에 따라 블랙 힐스에 대한 수족 소유권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발견된 금이 문제였다. 15000명의 광부들이 블랙 힐스로 몰려들었고, 그것은 곧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미국 정부는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약을 깨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6백만 달러에 블랙 힐스를 넘기라는 미 정부의 제안을 추장 시팅 불(Sitting Bull)은 거부했다.

  이제 결전은 불가피해졌다. 1876년, 라코타와 아라파호, 샤이엔족 인디언 연합군과 커스터가 이끄는 부대가 맞붙었다. 시팅 불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예지적 환영을 본다. 하늘을 까맣게 메운 메뚜기떼 같은 미군들이 모두 죽어 땅에 떨어지는 꿈이었다. 그렇게 리틀 빅혼 강(Little Bighorn River)에서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미 기병대를 이끄는 커스터는 남북 전쟁에서 많은 전공을 올린 지휘관이었다. 젊고 야심만만한 그는 자신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화려한 군복을 입었고 신문사 기자들을 위해 특별 브리핑을 하는, 당시로서는 미디어 친화적인 유명인사였다. 커스터는 인디언들과의 싸움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인디언 부족의 여자와 아이들을 포로로 잡고 인디언들을 회유해서 내쫓을 셈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Crazy Horse와 Black Kettle 같은 인디언 전사들은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6000명의 인디언들 가운데 1800명이 전사였다.

  당시 군인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잡다한 무리로 구성된 오합지졸과도 같았다. 군인들은 알콜 중독에 시달렸고, 자살자 수는 그 2배에 달했다.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질병이었다. 군인들 대부분은 인디언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런 군인 700명을 이끌고 커스터는 리틀 빅혼 전투를 치루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전투는 커스터에게 패배와 함께 죽음을 안겨주었다. 인디언들에게는 최초이자 마지막 승리로 기록된 전투였다. 1864년 샌드 크리크에서 동족의 참혹한 죽음을 목도한 블랙 케틀은 비로소 원한을 갚을 수 있었다.

  인디언들에게 그 승리는 잠깐 동안의 영광이었다. 미국 정부는 곧 반격에 나섰다. 필립 셰리든 장군을 앞세운 후속 토벌대가 커스터의 복수에 나섰다. 인디언들은 결국 블랙 힐스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시팅 불은 자신의 부족들을 이끌로 유랑의 길을 떠났다. 캐나다 국경 인근의 인디언들은 시팅 불과 부족민들을 환대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사냥할 버팔로도 적었고, 어떻게든 먹고 살 방도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1877년부터 1881년까지 그렇게 떠돌이 생활이 이어졌다.

  한편, 몰몬교도들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미국 정부는 유타주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얻으려고 나설 참이었다. 브리검 영에 의해 다스려지는 은둔의 왕국은 더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미 정부는 1857년에 몰몬교도들에 의해 이주민 여행자들이 학살당한 메도우산 사건을 들고 나왔다. 브리검 영을 잡아넣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학살의 주모자로 지목된 John D. Lee는 끝까지 브리검 영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결국 1877년, Lee의 처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해에 브리검 영이 숨을 거둔다. 30년 동안 사막의 도시 솔트 레이크를 세우고 몰몬교를 이끌었던 수장의 죽음이었다.

  1877년, 미국은 블랙 힐스를 점령했다. 라코타족에게 닥친 비운을 다른 인디언 부족들도 마주했다. 남은 인디언들은 셔먼의 군대를 피해 도망쳤다. 이제 인디언들은 기독교로 개종했고, 백인들의 옷을 입었다. 1804년,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의 탐험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인디언들이었다. 원정대는 인디언들에게 미국이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깨졌다. 백인들은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버팔로들을 학살했다. 그리하여 이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라코타족 추장 Sitting Bull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조지 커스터(George C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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