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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악몽, Hotel Coolgardie(2016)

 

  손님들은 들뜨고 기대에 차있다. '새로운 고기(new meat)'가 곧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정육점인가? 아니다. 호주 오지의 술집(pub)이다. Coolgardie는 서호주 중남부 내륙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다. 20세기 초반에 금광의 발견으로 흥청거렸던 이 마을은 이제 그 누구도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곳에 두 명의 핀란드 아가씨가 도착한다. 배낭 여행객 스테파니와 리나는 Bali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남은 돈이라고는 15달러가 전부. 호주에 도착한 그들은 워킹 홀리데이로 여행 경비를 벌 생각을 하고 직업 소개소로 간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Hotel Coolgardie'. 그렇게 스테파니와 리나의 잊지못할 워킹 홀리데이가 시작된다.

  시골 술집의 구수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술집 주인 피터는 욕설과 모욕적인 표현(shit, bitch)을 입에 달고 산다. 예절바르고 교양있는 두 명의 핀란드 아가씨는 그곳에서 바보 취급을 받는다(언어 때문이 아니다. 리나와 스테파니의 영어 구사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이 시골 주민들의 입은 거칠기 짝이 없다. 스테파니와 리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들이다. 잠자리를 같이 하자는 말부터, 나체 여자 사진 들이대면서 지분거리는 일은 사소할 뿐이다. 술꾼은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속하고 너절하게 구는 중년의 여자 술꾼들도 있다. 리나와 스테파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먹다 남은 술을 카운터에 쏟아버리기도 한다.

  호주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Pete Gleeson은 호텔 쿨가디를 이전에 여러 번 방문했었다. 그의 관심은 그곳 사람들의 폐쇄성이 외지인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2016년작 다큐 'Hotel Coolgardie'는 그렇게 외국인 스테파니와 리나의 쿨가디 체류기를 담아낸다. 거칠고 상스러운 술꾼들에게 핀란드 아가씨들은 바텐더가 아니라 정육점에 전시된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meat)'이다. 어떻게든 들이대려고 추근거리고, 욕설과 희롱으로 모멸감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리나와 스테파니가 보여주는 절제와 평정심은 놀랍기만 하다. 이전의 많은 여자 바텐더들이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여긴 너무 슬프고 희망이 없는 곳이에요. 이런 곳에 누가 있으려고 하겠어요?"

  리나는 황량한, 모래 바람이 부는 마을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다. 광산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자들은 술로 스트레스를 풀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손님들이 털어놓는 개인사는 건조하고 서글프다. 한 남자는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 주변 사람들과 바람난 아내 이야기를 꺼낸다. 또 다른 남자는 자신이 여자들에게 몇 번이나 낙태를 시켰는가를 자랑처럼 늘어놓는다. 좀 더 대범한 스테파니가 그런 말들을 흘려버리는 것과는 달리, 감수성이 예민한 리나는 힘들어 한다. 힘든 노동 환경에서 두 명의 아가씨는 일과 후에 술에 취한 날들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당뇨가 있는 리나에게 그런 상황은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Hotel Coolgardie'는 호주 오지 마을의 술집을 통해 인종차별과 성차별, 노동력 착취의 맨얼굴을 부각시킨다. 관객들은 한 집단, 사회의 안정성이 여성의 지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성이 바텐더로 일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만약 스테파니와 리나가 시드니나 퍼스 같은 대도시 pub에서 일했다면 그 경험은 분명 쿨가디에서와는 달랐을 것이다. 빈곤, 억눌린 분노와 좌절, 단절된 인간 관계의 시골 마을에서 여성들, 외지인은 차별적인 구조의 하부에 자리한다. '고깃덩어리'로 취급받는 젊은 여성 바텐더들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가깝게 지내온 손님들과 근교로 캠핑을 다녀온 뒤, 리나는 당뇨로 악화된 감염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처지가 된다. 설상가상, 가차없는 술집 주인은 스테파니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큰 병원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은 뒤에 리나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감염의 후유증으로 한쪽 눈을 잃고, 다른 한쪽 눈의 기능은 30%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말 그대로, 리나에게 호주 쿨가디에서의 경험은 '악몽의 워킹 홀리데이'로 남았다.

  Pete Gleeson은 현실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밑바닥을 호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놓는다. 차별, 적대감과 공포, 질병, 불운과 궁핍... 인생에서 어떤 일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Coolgardie가 리나에게 그러했을 것이다. 그토록 노골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과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맞다. 결국 관객들은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운 교류와 소통에는 지역과 계층, 경제적 배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 드리워져 있음을 알게 된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이 다큐는 documentarymania.com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영어 자막이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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