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마흔이 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구. 그러니 얼른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 해."
유키코(타나카 키누요 분)는 마흔 문턱에 접어들었다. 동생처럼 아끼는 쿄코(카가와 쿄코 분)에게 유키코는 그렇게 충고한다.
미혼모로 어린 아들 하루오를 키우고 있는 유키코는 쿄코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 바란다. 유키코는 술집 마담으로 일하며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비슷한 처지였던 친구 시즈에는 돈 많은 남자의 첩으로 들어앉았다. 어디 괜찮은 남자라도 있으면
마담일 그만 두고 의탁이라도 하련만, 주변에 꼬이는 이들은 죄다 글렀다. 후원자였던 후지무라는 사업이 망한 후 가끔 용돈을 얻기
위해 유키코를 찾아온다. 젊은 건달과 중년의 느물거리는 사업가는 유키코를 욕망의 대상으로 볼 뿐이다. 그런 유키코에게 친구
시즈에가 소개해준 부유한 지주의 아들 이시카와가 나타난다. 여자 나이 마흔, 유키코의 인생에 기회가 온 것일까?
1951년이면 일본은 패전 후 이제 6년이 지났을 뿐이다. 나루세 미키오의 '긴자 화장(Ginza Cosmetics, 1951)'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도쿄의 거리에서 전후의 상흔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 하루오는 혼자 보내는
낮시간을 도심의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하루오가 지나는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유키코가 이시카와에게 안내하는 도쿄 시내는 빌딩이
공사 중이며, 번화한 상점가는 인파로 붐빈다. 유키코가 일하는 술집 '벨 아미(Bel Ami)'의 손님들은 음주와 여흥을 즐긴다.
거기에는 여종업원들과의 '외박'이라는 매춘도 슬쩍 끼워져 있다.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 속 여성들은 대개가 불운한 처지에 놓여 있다. '긴자 화장'에서 유키코는 미혼모라는 열악한 사회적 지위에 자리한다. 쿄코는 가난한 집안 살림에 어쩔 수 없이 화류계로 흘러 들었다. '돈'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유키코는 술집
여주인으로부터 술집이 팔릴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술집 운영 때문에 만난 중년의 사업가는 유키코에게 대놓고 매춘을 제안한다.
유키코는 단호하게 뿌리친다. 유키코가 그런 불쾌한 경험으로부터 단절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친구 시즈에는 돈 많은 남자의
첩이 됨으로써 화류계 생활을 끝냈다. 쿄코가 유키코의 과거였다면, 시즈에는 유키코가 다다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전쟁이 특히 여성의 삶에 가하는 엄청난 압력과 균열은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된다. '아내로서, 여자로서(妻として女として, 1961)'에서
긴자의 술집 마담 미호(타카미네 히데코 분)는 유부남 대학 교수 케이지로와 오랜 불륜 관계에 있다. 두 사람은 전쟁 중에 만나서
아이를 두게 되었지만, 케이지로는 아이들을 데려가 아내 케이코가 키우게 한다. 미호는 사랑도, 아이들도 품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 미호는 긴자의 술집을 목숨처럼 여긴다. 그런데 술집을 소유한 케이코가 그걸 처분하려고 하자 해묵은 갈등이
폭발한다. 이 영화의 미호처럼 화류계는 전후 경제적으로 취약한 하층 계급 여성들이 쉽게 진입하는 생존의 방편이었다.
결혼을 통해 정상적인 가족 제도의 틀에 안착하고 싶다는 유키코의 소망은 이시카와와의 만남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유키코에게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는 아들 하루오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날아가 버린다. 행운은 젊고 아름다운 쿄코에게 돌아간다. 유키코는 자신이
애송하는 싯구처럼 하늘의 북극성이 되어 자신을 지켜줄 남자를 꿈꾸었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이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신에 아들 하루오가 유키코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영화의 마지막, 긴자로 향하는 유키코의 발걸음은 날아갈듯 가볍다. 비록 멸시받는 직업이지만, 긴자의 거리에는 그곳에
의탁한 무수한 이들의 삶이 별처럼 흐르고 있다. 나루세 미키오는 화류계 여성의 고단한 삶과 그 내밀한 갈망을 전후 도쿄의 풍경
속에 펼쳐놓는다. '긴자 화장'은 나루세 미키오가 이후에 내놓을 여성 영화의 원형(原型)처럼 느껴진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The prototype of Naruse Mikio's women's film,
Ginza Cosmetics(1951)
June 14, 2022
"When a woman is forty, she stands an ambiguous position. So, find a good man and marry him."
Yukiko (Kinuyo Tanaka) is nearly forty. Yukiko gives this advice to Kyoko (Kagawa Kyoko), whom she cherishes like her younger sister. Yukiko, who is a single mother raising her young son Haruo. She doesn't want Kyoko to live the same life as her. She works as a bar madam. Her friend Shizue, who was in a similar situation to her, settled down as the concubine of a wealthy man. If she found a decent man, she would quit her job. But the people around her were all pathetic. Fujimura, her former patron, occasionally visits her to get her money. A young scamp and a middle-aged impudent businessman only see Yukiko as the object of their desires. Suddenly, Ishikawa, the young and wealthy man, appears to her. At the age of 40, did Yukiko have a chance in her life?
In 1951, only six years had passed since Japan lost the war. In 'Ginza Cosmetics (1951)', it is difficult to find post-war scars on the streets of Tokyo. At the beginning of the film, Haruo spends the daytime alone in the city elsewhere. The streets that Haruo passes through are full of vivacity. Yukiko guides Ishikawa to main street. Tokyo's downtown buildings are under construction, and the bustling shopping streets are crowded with people. The guests of Bel Ami, the bar where Yukiko works, enjoy drinking and entertainment. There is also a secret prostitution with female waitresses.
Most of the women in Naruse Mikio's films are in an unfortunate situation. In this film, Yukiko is placed in a lower social status as a single mother. Kyoko was forced to work in the bar due to her poor family life. 'Money' is always an issue. Yukiko hears from her bar owner that the bar can be sold. She needed money. A middle-aged businessman suggested to lend money. In return, he wanted prostitution. But Yukiko resolutely refuses. This unpleasant experience makes her feel discontent. Her friend Shizue ended her bar life by becoming the concubine of a wealthy man. If Kyoko was Yukiko's past, Shizue may be Yukiko's near future.
The war brought tremendous pressures and rifts especially on women's lives. It is repeatedly illustrated in Naruse Mikio's films. In 'As Wife and As Woman(1961)', Ginza Madame Miho(played by Takamine Hideko), has an affair with Keijiro who is a married man. They met during the war and had a child. But he took her children and let his wife Keiko raise them. She lived as a shadow of the man. children could embrace. She regards the pub in Ginza as her life. But when Keiko, who owns the bar, tries to dispose of it, her age-old conflict explodes. Like Miho in this movie, a demimonde was a means of some women. Such women who were economically vulnerable, easily entered a demimonde after the war.
Yukiko's wish is to settle into a normal family system through marriage. That was revealed in her meeting with Ishikawa. However, her opportunity is blown away. Her luck goes to the young and beautiful Kyoko. Yukiko dreamed of a man who would protect her like the North Star in the sky. It comes from her verse that she adored. But she realizes that she can't find such a man now. Instead, her son Haruo becomes her Yukiko's only hope.
At the end of the film, Yukiko's steps towards Ginza are light as if flying. Although it is a despised profession, the lives of countless people of Ginza flow like stars. Naruse Mikio unfolds the hard life and secret longing of a woman in postwar Japan. 'Ginza Cosmetics' reminds of the prototype of a women's film by Mikio Naruse
*Photo source: themovied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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