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는 3만 명의 위탁 아동(foster child)이 있으며, 그들이 사회로 나갈 무렵에는 65%의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다."
다큐는 간결하고 건조한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Jen Araki의 다큐 'We Gotta Get Out Of Here(2019)'은
LA의 위탁 가정 출신 5명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미국의 Foster Care System은 부모의 학대, 유기, 방치
등에 의해 제대로 양육될 수 없는 아동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복지 서비스이다. 위탁 부모는 정해진 자격 요건을 갖추고 필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될 수 있다. 그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허점이 있는지는 다큐에 처음 등장하는 TY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21살 TY는
3달 전에 위탁 가정을 떠나서 룸메이트 마이크와 지내고 있다. TY는 7살 때부터 위탁 아동이 되었고, 38개의 위탁 가정을
거쳤다. 그는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여러 약병들을 보여준다.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TY는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중이다. 만약 그가 직업을 얻는다면 정부로부터 받는 여러 혜택들은 박탈된다. 지병이 있는 TY가 직업을 갖는 일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TY의 룸메이트 마이크의 경우는 상황이 좀 더 낫다. 인생의 진로를 군대에서
찾기로 결심한 마이크는 매우 성실한 청년이다. TY는 이제까지 자신이 함께 지낸 위탁 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건강하고 활달한 마이크가 아주 예외적인 친구라고 덧붙인다. 당연하게도 TY에게 마이크는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마이크는 해병대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TY는 지금 지내고 있는 집에서는 더이상 지내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살 집을
알아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돈은 18살 TJ와 19살 티파니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연인 사이인 둘은 열악한 위탁 가정 환경에서 무작정 뛰쳐나왔다. 하지만 당장 머물 곳이 없다. TJ의 형 BJ는
스무 살, 복싱 클럽에서 훈련 중인 그의 처지는 동생 보다 안정적이다. 괜찮은 위탁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BJ는 운동으로 불운한
인생의 물꼬를 열어 보려고 한다. 딱한 동생의 처지를 지나치지 못한 BJ는 자신의 위탁 부모에게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TJ와
티파니는 어렵게나마 정부로부터 1달 동안 모텔에서 지낼 수 있는 바우처(voucher)를 받아냈다. 저렴한 모텔의 이불은
누더기처럼 구멍이 나있고, 더러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싸움 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티파니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5명의 위탁 가정 출신의 청년들은 모두 흑인이다. 그들은 또한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데다, 질병까지 갖고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 나빠진다. TJ는 HIV에 감염된 채로
태어났다. 그는 계속해서 치료약을 복용해야만 한다. 연인 티파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둘의 미래에는 시작부터 그렇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마이크와 BJ는 힘들게나마 인생의 첫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는다. 마이크는 해병대에 입대하고, BJ는 첫 시합에서 이긴다.
다큐가 5명 청년들의
삶을 따라가는 동안 젊은 흑인 여성의 인터뷰가 중간 중간 이어진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 여성 또한 성장기를 위탁 아동으로
보냈다. 그는 위탁 가정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 끼친 영향을 털어놓는다. 위탁 가정을 떠날 무렵엔 미혼모가 되었고, 죽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자는 유대인 자선 단체의 도움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대학에 진학했고, 이제는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 여성은 Foster care system의 생존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행운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다큐의 마지막 자막은 위탁 아동들의 암울한 미래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그들 가운데 3분의 1은 노숙자가 된다. 65%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데,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은 3% 미만이다. 더 놀라운 점은 캘리포니아 교도소의 수감자 70%가 위탁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굉장히 사회성이 짙은 주제임에도 감독 Jen Araki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길거리 연주자의 기타 선율로 시작한 이
다큐는 중간 중간 LA의 풍광을 시적으로 배치한다.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의 외관은 위탁 청소년들이 겪는 생존의 어려움과
대비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의지는 그들 자신을 구한다. 티파니는 대학에 진학했고, 딸을
출산했다. TY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가 뇌전증을 약물로 잘 통제하고 학업을 끝마친다면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할 것이다.
비록 TJ가 경범죄로 수감되었지만 그에게도 기회는 있다. 다큐의 제목 'We Gotta Get Out Of Here'는 위탁 가정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청년들의 말처럼 들린다. 한편으로 그 제목은 현재의 미국 Foster care system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표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큐는 미국의 구멍난 사회 복지 정책을 5명의 흑인 청년들의 눈을 통해 정밀하게 응시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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