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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다정한 사막

 

다정한 사막


그곳에 갔었지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모래가 눈동자를
먹어버리는 곳 사이드와인더(sidewinder)의
삼각뿔 눈썹이 저 멀리에서
아주 선명하게도 보이더군
맹독의 독사는 아주 조심해야지
물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죽으면 영원으로 갈 수 있으니
눈을 감으면 너의 희고 고운
손이 떠올라 모래가 사부작거리며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지

달구어진 모래에 발이 타들어 가
개미귀신이 파놓은 깔때기가
한없이 아래로 꺼지고 있었지
줄줄이 사탕처럼 개미들이
그 입속으로 그렇게 안녕,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함께

신기루인가 멀리서 여우가
나타났어 사막에 여우가
살고 있었어 뾰족한 입에는
전갈을 물고 커다랗고 하얀
귀는 쉴 새 없이 펄럭였지
가만, 여우의 입매가 너의
입술을 닮은 것도 같아

아무리 달음질을 해도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부정맥에 걸린
모래 언덕은 그리운 비탄을
불규칙하게 삼키고
또 토해내지 너무나
다정한 너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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