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거미의 죽음
너를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데
침침한 부엌 전등
아래 나는 네가
밥찌끄러기인 줄
알았더랬지
그런데 움직이더라
순간
딱, 하고 널
때려버렸지 뭐야
해녀들은 물질하기
전에 거미를 보면
살려준다더군
어쩌면
나에게는 널
살릴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
목숨 걸고 들어갈
바다도 없고
가려운 눈 부어터지게
울을 옛사랑도 없고
세상에 남길
다이너마이트 같은
글도 없으니
다만,
이 오롯한 밤
너 유령거미의
죽음을 시로 써
남긴다
*물질: 주로 해녀들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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