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팝콘
드디어 장맛비가 내린다
쩍쩍 들러붙는 72퍼센트의 습도
딱, 딱, 따닥, 따닥, 딱, 딱
식탁에 앉아 맛대가리 없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나는 낡은 집의 퀴즈를 푼다
1) 냉장고의 냉매가 흐르는 소리
2) 오래된 화장실의 타일이 깨지는 소리
3) 나무 문지방이 갈라지는 소리
아니오.
새로 설치한 보일러 연통에
빗방울이 튕기면서 내는 소리
개별난방 공사가 끝나고
아파트 보일러 기사는
한여름의 길바닥으로 밀려났다
대신에 누군가의 삶은
더럽게 윤택해졌을까
이제 비가 올 때마다
연통이 팝콘을 튀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참으로 신경질 나게
재수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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