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시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돈이 되는 시를 써야 한다는 거죠
시인이 가난하다는 건 무능력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맞춰살아아죠
팔아먹을 수 있는 시를 써야 해요
자신이 쓰는 시를 상품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화려한 포장지도 쓰고 그래서 고객을 낚아야죠
가만히 두 손 모아 시 쓴 종이 들고 있으면
누가 사간답니까? 시인도 마케팅을 알아야 해요
시를 쓰는 것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죠
시 쓰는 강좌도 열어서 수업료 받고,
시 청탁 오면 청탁하는 쪽의 비위도 적당히 맞춰야죠
어느 정도 독자 모이면 월간 구독 서비스로 돈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얼마나
많습니까? 시로 돈을 벌 방법이 말입니다
그저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시 써서 등단하고
시집 내서 독자들이 그걸 사주기만을 기다리는 건
미련한 짓이라 이겁니다 왜 글재주로 돈 버는 걸
부끄러워해요?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어찌되었든
돈 되는 건 팔아서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요?
대가리가 파란 애송이 시인은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돈을 원하면 돈이 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진실되게 시를 쓰면 시가 도망가 버린다
그러므로 나는 처절하게 돈을 생각하지 않으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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