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신사
그때 당신 마음을 받아줄 걸 그랬어
그깟 대머리가 뭐라고
내가 젊었을 적엔 당신이 대머리인 게
좀 마음에 걸리더군
당신 마음은 참 비단결이었는데
나한테 퇴짜 맞고
당신이 좀 상처를 받았더랬지
몇 년 후에 당신 사진을 보니까
글쎄, 가발을 쓰고 있더라
꼭 나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
근데, 그 가발은 당신한테 안 어울려
긴 시간이 흘렀지
어제 꿈에서 정말 오랜만에 당신이 보이더군
풍성해진 머리는 여전히 어색해
이제는 가발 대신에 머리를 심었나봐
난 여전히 당신은 대머리였을 때가 낫다고 생각해
당신, 괜찮은 사람 만나서 잘살고 있겠지?
머리카락 따위
사람의 외모는 피부 한꺼풀일 뿐인데
그깟 대머리가 뭐라고
난 당신의 보드라운 마음을 놓쳐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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