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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매트리스(The mattress)

 

매트리스


버려진 매트리스는 장맛비에 퉁퉁 불었다
빗물로 배가 불룩해진 매트리스
+7000, 폐기물 수거업자는 급하게 휘갈겨 쓴 숫자를 남겼다
이 매트리스를 수거하려면 7천 원이 더 필요하다는 뜻
매트리스의 주인은 일주일째 모른 척하고 있다

사람들의 뜨악한 눈길을 받으며
저렇게 자신의 몸뚱이를 드러내는 일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냐
나는 매트리스를 보며 기이한 연민을 느낀다
흉물스럽고 외롭고 괴로운 매트리스

매트리스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제품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어딘가에는 버려진
매트리스의 거대한 무덤이 있을 것이다
뒤틀린 몸뚱이들이 엉키고 싸우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그런 곳일지도 몰라
합성섬유와 솜덩어리는 갈가리 찢길 것이며
스프링은 튕겨지며 용광로에 갈 수도 있겠지
그 누구도 매트리스의 최후를 상상하지 않는다
매트리스의 고통을 헤아리지도 않는다

불어터진 매트리스의 허리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물
이제, 사랑은 더러운 추억이 되어버렸으며
죽음은 빨리 치워버려야 하는 물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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