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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싸구려에 대한 명상

 

싸구려에 대한 명상


싸구려 복숭아를 샀다
조막만 한 게 단맛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괜찮아, 설탕을 좀 얹어서 먹으면
올해는 복숭아 풍년이라는데
또 싸구려를 사고 말았어
알다가도 모를 일

싸구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왜 이렇게 신맛이 많이 날까
신맛의 커피를 혐오한다
모름지기 커피는 쓴맛,
그것도 기름진 쓴맛이 나야 하거늘

싸구려 남방을 입고 나간다
4천 원짜리,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남방을 입을 때마다
갑자기 무너진 봉제 공장에 깔려
죽은 먼 나라의 재봉사들이 생각나
언젠가 내가 입을 수의(壽衣)를 입듯
경건한 마음으로

오래전, 싸구려 비디오 가게에서
희귀 영화를 찾아다녔어
중년의 주인 남자는
친구들과 포커를 치고 있었지

타르코프스키(Tarkovsky)의 '희생'이 있나요?

그런 거는 우리 가게에 없어
비웃는 푸른 돛 문신의 팔뚝

싸구려는 사악하고 어리석어요

불타는 희생의 나무
싸구려에 절여진 통 속의 뇌를
가만히 응시하며 명상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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