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우간다에는 메뚜기 사냥꾼이 있다
그곳에서 메뚜기는 인생역전의 아이템이다
메뚜기가 지나가는 언덕배기
작은 발전기에다 수십 개의 전구를 연결한다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드는 미쳐버린 빛
메뚜기들은 빛의 덫에 걸려
양철판때기에 우르르 쏟아진다
거대한 메뚜기의 무덤은 돈다발이 되고
사냥꾼들은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다시 메뚜기를 잡으러 간다
시장의 여자들은
메뚜기의 날개와 다리, 더듬이를
똑똑 떼어서 다듬는다 그리고는
펄펄 끓는 기름에 풍덩,
맛있는 메뚜기튀김 한 접시 뚝딱,
우간다의 국민 간식 메뚜기
메뚜기 다큐를 보던 가난한 시인은
자신도 메뚜기튀김과 같은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뜰채로
시어(詩語)를 잡으러 나간다
그가 원하는 알맞은 단어들은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겨우 잡은 비실거리는 몇 개의 글자
비닐봉지에 주섬주섬 넣고는 컴퓨터를 켠다
2시간째, 모니터의 화면은 텅 비어 있다
시는 튀겨낼 수 없다
시를 먹는 사람은 없다
시는 메뚜기가 아니다
그러나 메뚜기는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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