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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 선생

 

시 선생


슬픔, 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시에는 감정어(感情語)를 쓰는 법이
아니라 했거늘
도대체 이 애송이는 어쩌자고
슬픔, 따위를 늘어놓고는

쉽게 읽히는 시는 가치가 없어
이딴 백일장 시 따위
난해함은 시의 목숨이고
본질이며 눈물이야
그걸 버린다면 그 순간부터
시가 아닌 거야

독자를 네가 알지 못하는
멀고 먼 곳에 데려가야지
발바닥이 녹아내리는 사막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거야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아
미친 단어를 끌고 갈 데까지 가봐
그 정도 각오 없이 시를 쓰는 거야?
아무도 알아먹지 못할 시를 쓰고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어야지

유행(流行)은 중요해
남들이 짹짹거리는 소리 정도
읽을 줄은 알아야겠지

그리고 마지막,
시를 좋아하는 마음은 접도록 해
좋아하면 외로워지니까
반쯤의 증오를 품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야 나처럼

난해한 슬픔의 거리에서
시 선생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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