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아침 7시 반, 운동장은 고요해
흙바닥에 선명한 흰색 분필 가루를
짓이기며 천천히 걸었어
달리기에서 1등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참 잘했어요, 애새끼와 계집아이가
사이좋게 웃고 있는 보라색 도장이
팔뚝에 찍히면 상품을 받았는데
공책와 연필 따위, 그게 그렇게 부럽더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인생이란 게 더럽게
불공평하다는 걸 어쩔 수 없이 깨달아
청군 백군 따위 병정 놀음
그딴 걸 왜 애들한테 시켰는지
줄다리기에서 지고 나면 슬퍼져
엄마가 싸준 김밥은 약간 신맛이 났어
차라리 비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야만의 시대를 지나는 것
불청객의 기억으로 가을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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