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과(沙果)
가려운 어깨를 긁는다
나의 병은 참으로 오래되었다
1년째 오른쪽 발이 아프더니
이제는 왼쪽 발까지 아프다
걸을 수 없다고 죽을 수는 없는 법이지
하지만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쓰레기통 밑바닥에
굴러다니는 푸른 사과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멀쩡해 보이는 사과
그 사과는 왜 버려졌을까
쓰레기의 내력을 헤아려 본다
저 사과는 아픈 사과다
아픈 것들은 죄다 멸시를 받고
눈물을 질질 흘리며
결국은 버려질 것이기에
앞집의 노인은 백 살을 앞두고 있다
몸이 아파서 바깥출입을 못한지가 꽤 되었다
봄과 가을에는 사망률이 치솟는다
나는 앞집 노인이 올가을을
넘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나에게 남은 생은 얼마나 되는지
그때까지 쓸 수 있는 글은 얼마나 되는지
그때까지 버려질 글을 또 얼마나 쓸지
가려운 어깨는 불길한 징조이다
붉은 반점도 우는 소리를 낸다
아픈 사과가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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