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
그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부엌의 작은 창문으로
참새들이 나무에 앉아있는 것을 보다가 쟤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날까 걱정이 되었다 참으로 쓰잘데기없는
걱정이었다 궁리 끝에 나는 부엌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쌀을 아주 조금 부어놓았다 하루 이틀 사흘, 그러다
일주일쯤 되었나 마침내 참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참새는 그 쌀을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어떨 때는 참새들이 서너 마리씩 모여들었다 하지만
정겨운 풍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들은 밥상과 뒷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심한 족속이었다 시푸르딩딩한 참새똥이
부엌 창틀에 나뒹굴었다 정을 주는 일은 그렇게 더러운 것이다
나는 다시는 쌀을 놓아두지 않았다 손톱 만한 대가리를 가졌으므로
참새는 보름이 넘도록 창틀 앞을 얼쩡거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참새를 내어쫓았다 오지마 오지마 너희 먹을 건 아무것도 없어
배은망덕한 것들 같으니 더이상 참새는 오지 않았다 나는
안도했다 참새 따위는 지들끼리 잘 알아서 먹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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