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마(你好吗)?
엄마가 화장실의 전등불을 깜빡하고서는 끄지 않으셨다
엄마, 화장실 불을 꺼주세요 엄마는 화장실 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뭐하세요 아, 그게 말이다, 화장실 불을 끄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어 엄마, 스위치는 화장실
밖에 있잖아요 그렇지, 그렇구나, 그게 생각이 나질 않았어
나도 모르게 웃었다 예전 같으면 심각한 일이겠지만 이제는
그저 웃음이 나온다 허탈한 웃음 오늘은 엄마가 저렇구나, 하고
웃는다 엄마의 뇌는 무지막지하게 기억을 지워나가고 있으므로
화장실 불 끄는 법을 잠시 잊는 것은 대단한 일도 아니다
나의 노후 대비는 근력 운동인 크런치(crunch)를 매일 60개
하는 것과 중국어 공부이다 근력 운동을 하는 이유는 나중에
요양원에 가게 되더라도 나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이다
노년에 대한 다큐를 보는데 일본의 아흔 살 넘은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매일 틈만 나면 체조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할머니는 자신이 죽는 날까지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그렇게 체조를
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아주 천천히 걷고 움직이며 맨손 체조를 했다
그 할머니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가 중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외국어 공부가 치매 예방에 좋기 때문이라는 과학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 5년 되었나, 중국말을 들으면 대충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있다 물론 독학이라 회화는 거의
초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니하오마(你好吗)? 당신, 잘 지내나요?
나는 머리가 허옇게 된 미래의 나에게 미리 그렇게 말을 걸어본다
그 안부 인사에 대답을 하게 될 나는 내 힘으로 화장실에 갈 수 있고,
치매에는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그렇지만 간절한
바람으로 오늘도 중국어 공부를 하다가 묻는다 니하오마(你好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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