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데 이제 막 담근 것처럼 보이는
김장 김치 한 포기가 버려져 있다 왜 버렸을까?
고춧가루 양념이 적은지 그 배추는 허여멀건했다
맛이 없어서 그런 건가? 고춧가루를 좀 듬뿍 넣고,
젓국도 좋은 걸 쓰고, 갓도 싱싱한 것으로 썰어넣어야지
버려진 김치에서도 나는 엄밀하게 맛을 감지해낸다
2주일째 베란다 우수관으로 흘러내려가는 어느 집
배추 절인 물냄새를 맡으니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제는 아랫집에서 멸치젓국을 끓였는데, 그 역겨운 냄새가
온 집안에 광기처럼 스며들었다 남도 사람인가 보네,
엄마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
엄마도 김장을 할 때 그렇게 멸치젓국을 끓였다
이제 엄마는 김장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나는
엄마에게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매운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김치 없이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도 엄마의
친정에서 보내준 남도 김장 김치 한 쪽을 대충 잘라서
밥도 없이 그냥 먹었다 알싸한 눈물이 나는 맛이었다
김장을 해서 택배 상자가 터지도록 꽉꽉 눌러서 보내준
오래전 그 엄마의 마음이 있던 날도 함께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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