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차
나는 감기가 오면 주로 목으로 온다 목이 심하게 붓고 아프다
어디서 들으니, 목련차가 목과 코감기에 좋다고 했다 목련차는
봄에 핀 목련꽃을 따서 그 꽃잎을 말려서 사용한다 말린 꽃잎은
잘 달구어진 팬에다가 아주 살짝 덖어준다 그렇게 해서 만든
목련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신다 그렇게 목련차를 만들어서
마셔봤는데, 이게 효과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뭔가 애매한 지점이 있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목의 통증이 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기껏해야 차 따위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목련차를 마시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목련차의
약리적 성분은 무엇인가? 아무리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봐도
속시원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목련꽃에 있는 정유(精油) 성분은
대개의 식물의 잎과 꽃에서 추출할 수 있는 휘발성 기름이다 어떤
자료에서는 목련꽃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약효를 갖는다고도 했다
알칼로이드(alkaloid)는 쓴맛, 말하자면 일종의 약한 독(毒) 성분에 가깝다
식물도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무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목련차의 효능이라는 것은 그냥 민간요법의 플라시보 효과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 목련차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왕조 시대에 지독한 비염에
시달리던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과거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의
질병은 공부하는 데에 심각한 방해가 되었다 번번이 낙방한 그는
마지막으로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 길에서 만난 누군가
선비에게 목련꽃으로 만든 차를 마시면 나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선비는 목련차를 구해서 마셨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비염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시험에 합격했다 나는 목련차의 효능
보다도 그 선비의 이야기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이지만, 목련차는 그토록 오랜 역사를 가진 차였다
때로 희망이 끝나가는 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고
아픈 목으로 침을 삼키는 초겨울밤, 진심으로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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