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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선인장 때리기

 

선인장 때리기


내가 자주 들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누군가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글을 썼다
글을 쓴 이는 너무 슬퍼서 크게 울었다고 했다
이어진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의 위로가
이어졌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토끼를 키운 이야기를
했다 애완 토끼, 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 사람은
어쩌다 토끼를 키우게 되었는데 집에서 방 하나를
토끼 방으로 하고 애지중지 키웠다고 했다 아, 토끼도
그렇게 키울 수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댓글을 읽었다
토끼도 생각보다 꽤 오래 사는 모양이었다 글쓴이는
그 토끼가 죽어서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고양이를 키우다가 고양이를 떠나
보냈는데,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 글을 쓴 이는 지금 자기가 항암 투병 중인데, 먼저
떠난 고양이 생각이 더 많이 난다는 말도 썼다 아이고,
저 사람은 참 힘들겠네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삶,
그 편린들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애정을 가지고 뭘
키워온 것이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있기는 있다
15년째 게발 선인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분갈이도
한 번도 해준 적 없고, 몇 년 전에는 화분의 윗부분이
깨진 데다가 선인장의 절반이 죽어서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이맘때쯤이면 화사한 꽃을 늘 피워주었다
그 선인장이 올해는 단 2개의 꽃봉오리만 만들어 내었다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고얀 것 같으니, 때려줘라 엄마는 선풍기가 고장나도
때려주라고 하고, 컴퓨터가 잘 안될 때도 때려주라고 한다
밤에는 추우니까 선인장을 집안에 들여놓고 마침내
나는 마루 바닥을 두들기며 선인장을 야단쳤다
열심히 물 주고 키웠는데, 왜 꽃을 2송이 밖에
피우지 않느냐 배은망덕한 것 같으니 나는 선인장을
차마 때릴 수는 없었다 올여름은 너무 더웠으니까,
얘도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나 보다 사는 건 누구에게나
다 힘들다 힘든데도 어떻게든 있는 기운을 끌어내어
꽃을 피우는 것, 그렇게 삶은 견디고 견디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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