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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흉터의 사회학

 

흉터의 사회학


얼마 전에 길을 걷다 심하게 넘어져서, 아직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찢어진 입술은 봉합사를 제거했지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타박상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래도 얼굴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더이상 듀오덤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상처 부위가 우툴두툴하고 붉은색으로 변해서 그대로 두면
흉터가 생길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보니 가장 잘 알려진 연고가
더마틱스 울트라, 였다 이 외산 연고는 가격이 무척 비쌌다
연고, 라고 하니까 의약품 같지만, 놀랍게도 이 연고는 의료기기로
취급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곳이 있어서 주문하려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정가의 거의
반값에 팔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리뷰에다 누군가
짝퉁이니 사지 말라고 써놓았다 이런 연고도 짝퉁이 있나? 그랬다
사악한 자본주의적 창의력이 넘치는 대륙의 판매자들이
흉터 방지 짝퉁 연고를 직접 조제해서 팔고 있었다
싸다고 양잿물을 먹을 수는 없지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 짝퉁 연고의 성분은 무엇일까? 진짜 연고의 제형을
흉내내기 위해 알로에 겔, 뭐 그런 거에다 물을 섞나? 그것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참으로 요상한 짝퉁의 세계였다
겨우 손가락 크기만 한 연고가 3만 원을 훌쩍 넘기는데, 이걸
또 두세 달을 발라주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흉터는 질병이
아니라 미용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그걸 치료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그러니까 그 비싼 연고를 사서
바를 여력이 없는 사람은 흉터와 색소침착을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흉터라는 것이 얼마나 적나라한
사회적 계층성을 드러내는 것인지 몸서리가 쳐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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