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엊그제 아파트 앞에서 조그만 꼬마가 눈사람 만드는
것을 보았다 꼬마의 아빠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옆에서
아이가 눈덩이 만드는 것을 격려해 주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꼬마가 만든 5단짜리 눈사람이 예쁘장하게
화단에 세워져 있었다 나뭇가지 팔에다가 머리에는
솔잎으로 장식된 모자까지, 어린 것이 참 열심히도 만들었다
물론 다음날에 그 눈사람은 다 허물어져 버렸지만,
아이가 지 아빠와 함께 만든 눈사람의 추억은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베란다 앞쪽 나무에 무언가
검은 봉지 같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바람이 하도 부니까
비닐봉지가 날아가다가 걸린 모양이다 싶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진회색의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몸을 동글게 하고는 추위를 견디면서 자꾸만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쟤들도 겨울을 나려면 힘들겠네
잔뜩 부풀린 깃털에다 고개를 파묻던 산비둘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가 앉았던 나무 아래 있는 그네에서는
젊은 애기 엄마가 어린 딸을 데려와서 그네에다 앉히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이제 서너 살이나 되었을까? 빨간 코트를
입은 아가는 아직 지 힘으로 그네에 앉질 못했다 애기 엄마는
겨우 딸아이를 그네에 앉히고 두 팔로 그네를 잡게 했다
아기는 얌전히 앉아서 흔들흔들 그네를 탔다 그 앞에서
여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한참 동안 딸이 그네 타는 것을
찍었다 그래, 저렇게 좋은 때도 다 잠깐이지 시계는 어느덧
오후 5시를 가리켰다 그런데 날이 그리 어둑어둑하지 않았다
아, 동지(冬至)가 지났구나 이제 낮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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