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바지를 입는 방법
오늘 낮의 기온이 27도를 찍었어 3월 말, 이 봄의 날씨는
중간이란 게 없어 젊은 남자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었고,
머리가 휑한 늙은 영감은 오리털 잠바를 입고 구부정하게
걸었어 젊은 여자들의 옷차림은 다 비슷해 죄다 통바지더군
뚱뚱한 여자도 늘씬한 여자도 모두 통바지야 거리의 먼지를
차근차근 쓸어가면서 바쁘고 신나게 걸어가 나는 며칠 전에
주문한 청바지를 떠올렸어 분명히 스트레이트핏이라고 했는데
받아보니 이건 영락없는 통바지야 넓어, 넓다고 이걸 어떻게
입고 다니라는 거야 나는 스키니도 싫지만 통바지도 싫어
그런데 이 유행이란 것은 말이지, 들불처럼 번지는 질병같은
거야 모두들 그 병에 걸리고 말거든 반품해버릴까? 반품비
6천 원이 목에서 까끌거리면서 소리를 내길래, 그냥 삼켰어
어떻게든 입으면 되지 않을까? 나의 버스는 정류장을 하나씩
지나가 나이든 늙은 여자들은 통바지 따위는 입지 않더군
그들은 잘 알고 있어 넙데데한 바지는 걷기에 거치적거리고
먼지만 주워 담을 것이라고 나는 늙어가고 있어 무작정, 마구마구
그런 내가 통바지를 입고 다닐 수 있을까? 일단 바지에 두 다리를
넣어 그리고 숫자를 세는 거야 하나, 둘, 셋, 시간을 그렇게 거슬러
나의 젊은 날로 가는 거지 젊다는 건 깡패와도 같지 거적때기만
걸쳐도 패션이라고 우기면 되거든 하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지
타임머신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어 너, 내가 산 청바지 입어볼래?
통바지야 요새 유행하는 거라고 아니, 난 청바지가 어울리지 않아
안 입는 게 좋겠어 할 수 없군 다시 한번, 새 청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는 이렇게 주문을 걸어 통바지가 잘 어울려 갑자기 눈이 가려워
내 오른쪽 눈, 다래끼가 난 것 같아 거짓말을 하면 생기는 다래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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