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公募展)
인삼차와 우롱차를 섞으면 무슨 맛이 나는지 아니?
그게 말이지 인삼차가 이겨 인삼이 힘이 좀 센 거 같아
우롱차는 좀 매가리가 없는 모양이지 그런데 인삼차도
이기지 못하는 맛이 있어 치약맛, 이 빌어먹을 치약은
계속해서 물을 들이키게 만들거든 아무래도 버려야겠어
치약을 버리려니까 진짜 아깝네 이걸 어디에다 써먹을 데나
있는지 스뎅 그릇 때깔이나 나게 만들 때나 쓸까? 그러고 보니
오늘 시를 재활용했군 공모전의 마감일이었는데 말이야
이전에 떨어진 공모전의 시들을 그러모아서 다시 냈거든
한번 안된 거 또 안되라는 법 있어? 심사위원이 다를 수도
있잖아 이 공모전이라는 게 그래 심사위원 취향까지 연구
해야 해 나 원 참 더러워서 어디서 들으니 공모전 첨삭 전문
시 선생도 있다 그러더군 첨삭 비용은 얼마나 받아먹는 걸까?
그런데 진짜 궁금하기는 해 시란 무엇인가? 아니, 시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시는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가? 시인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딴 걸 생각하는 걸 그만두기로 하자 어차피
인생은 그냥 운빨일 뿐이지 밤마다 잠이 들 때 아주 간절히
기도는 해 좋은 꿈을 꾸자 그 좋은 꿈이 꾸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지 첨삭 선생의 더러운 빨간펜 따위는 무시하기로 하자
알러지 때문에 눈이 퉁퉁 붓고 가려워 안과 의사가 처방해 준
안약이 참 용하지 그거 단 한 방울, 눈에 넣었더니 눈이 안아파
인생도 그렇게 아프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네 어차피 되지도
않을 시를 또 재활용해서 내고 말았어 재활용은 참으로 누추한
단어야 거룩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재활용품을 찬미하면서도
은근히 경멸하지 인생이 재활용되지 않는 것이 유감이군
새롭게 리셋, 리부팅, 리뉴얼, 리사이클, 리모델링, 시, 공모전
영화의 제목이 독특하다. '천애명월도'라는 명검을 두고 벌이는 검객들의 혈투인가, 막연한 생각으로 영화를 봤다. 그런 검은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이 영화를 지배하는 비장의 무기는 공작령(孔雀翎, 공작의 깃모양 무기로 막강한 화력을 지님)이다. '천애명월도(天涯明月刀, 1976)'는 '유성호접검( 流星蝴蝶劍, 1976)'을 만든 초원 감독의 작품이다. 검객 부홍설(적룡 분)은 강호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고향을 떠나 방랑 중이다. 그는 자신과 적대 관계에 있는 연남비로부터 흑도파의 우두머리 공자우가 공작령을 차지해서 강호제패를 노린다는 말을 듣는다. 공작령을 찾아내기 위한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연남비와 부홍설, 부홍설은 공작령의 주인이자 공작산장의 우두머리 추수청에게 공작령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추수청이 공자우의 밀정에 의해 죽게 되고, 추수청은 딸 옥정을 부홍설에게 부탁한다. 공자우는 자신의 부하 검객들을 보내 부홍설을 죽이고 공작령을 빼앗으려 한다. 그 와중에 연남비의 생사도 알 수 없게 되고, 추옥정은 납치된다. 부홍설은 공작령을 지키고, 옥정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원작은 무협 소설 작가 고룡의 동명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전작이 있다. 말하자면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변성랑자(邊城浪子)'가 그것으로 '부홍설'이라는 인물의 인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 '천애명월도'는 부홍설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바로 연남비와의 대결에서부터 시작한다. 초원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영화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결로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공자우의 본거지에 부홍설이 들어가기까지 너무나 많은 자객들이 나오고, 대결이 이어진다. 말하자면 볼거리 위주의, 철저히 흥행을 노린 감독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관객들 시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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