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월, 시금치는 단맛을 잃어버렸지 추운 겨울을 견디려
단맛을 만들어내는 패기 따위, 이 봄날에는 필요 없어
꼬막도 이제 끝물이야 쪼그라든 꼬막살을 발라내면서
다시, 내년 겨울을 기약하는 거야 추울 때, 살을 불리고
악다구니를 쓰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데 손등은
쩍쩍 갈라지면서 가는 피가 흘러 왜 봄에도 부드러움이
스며들지 못할까, 내 손은 오랫동안 그랬어 발도 시려워
조그만 아이가 정신없이 뛰어다녀 흩날리는 벚꽃잎을
잡으려고 얼빠진 애비는 벚꽃 나무 옆의 소나무를 흔들어
너에게 꽃잎을, 이 봄을 주겠노라 나무의 비명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남자의 치열한 이기심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아 애새끼는 마구 소리를 지르는데 벚꽃잎은
수직으로 솟구쳐 멀리, 멀리, 멀리, 문득, 내 핏속에
흐르는 아버지의 유언, 너는 글을 쓰는 게 좋겠구나
아빠, 내가 언젠가는 유고 시집(遺稿詩集)을 낼 수 있을지도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하지만 죽음은 항상 빨리 도착하지
엄마, 오래전 수술 자국이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은데, 오늘은
그렇구나 방금, 내 왼쪽 귀가 따끔, 그렇게 신호를 보냈거든
내일은 비가 올 거야 8년 전에 다친 신경이 눈을 찡긋거리면서
아파트 출입구에서 4시간째 죽을힘을 다해 손 세차를 하던
남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차를 타고 떠나는군 저 인간은 내일
비가 온다는 걸 몰라 흐리고 어리석은 미래가 뒤엉킨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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