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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8부작 미니 시리즈 'Ken Burns: The West(1996)' 7편

거친 서부, 환대받지 못한 사람들

7편 The Geography of Hope(1877-1887)   1시간 25분


  켄 번즈는 미국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일련의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얻은 제작자이다. 그는 해설 위주의 건조하고 딱딱한 역사 다큐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시적이고 문학적인 것이었다. 번즈는 시와 편지, 문학 작품에서 발췌한 글들을 내레이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병치시키는 독특한 자료 화면 배열로 정적이고 지루한 다큐에 '재미'라는 요소를 더했다. 'The West'에서도 번즈의 이런 제작 스타일이 드러난다. 서부 개척 시대를 살았던 여러 다양한 인물들의 서간문, 일기, 소설의 문장들이 성우들의 목소리로 낭독된다. 주요 해설자의 흡인력있는 내레이션, 권위있는 연구자들의 부가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다큐의 내용은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제 'The West'의 7편에서는 미국의 서부 정복이 완료된 이후의 후일담이 펼쳐진다. 인디언들을 내쫓은 땅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이주민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왔다. 거기에는 대륙 횡단 철도 건설의 주역이었던 중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남북 전쟁이 끝난 후, 해방 노예들 또한 서부에서 기회를 찾고자 했다. 브리검 영 사후의 몰몬교도들은 어떻게 살아나갔을까? 그리고 보호구역으로 들어간 인디언들이 있었다. 인디언들이 원하는 평화는 주어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땅을 뺏은 것으로도 모자라 원주민 문화마저 말살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1877년부터 1887년까지 무려 450만 명의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들었다. 서부에는 그렇게 정착한 이주민들이 세운 도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그 땅에서 모두가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1877년, 마지막 연방군이 남부에서 철수했다. 연방의 뜻에 따른 남부 재건은 무너졌고, 새로운 남부의 주법이 제정되었다. 노골적인 흑인 차별의 움직임 속에 KKK단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흑인들은 차별을 피해 아프리카나 캐나다로 떠나기도 했다. 서부 또한 희망의 땅이었다. 남부를 떠나는 흑인들은 자신들을 'exoduster'라는 이름으로 칭했다. 이른바 '남부 대탈출(exodus)'의 주요 목적지는 캔자스였다. 1880년까지 15000명의 흑인들이 캔자스에 정착했다. 네브래스카, 다코타도 흑인 이주민들이 선호하는 정착지였다.

  이주민들은 경작에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땅을 가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홍수, 토네이도, 메뚜기떼, 가뭄, 폭풍...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한 것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 정착민들은 그 희망의 감각을 결코 잃지 않았다. 땅을 빼앗기고 보호구역으로 내몰린 인디언들도 희망을 갖고 버티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시팅 불(Sitting Bull)은 캐나다 변경에서의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스탠딩 록 보호구역(Standing Rock Reservation)으로 돌아왔다. 1887년에 블랙 힐스를 미 정부에 빼앗기고 4년이 흐른 뒤였다.

  보호 구역의 삶은 감옥에서 사는 죄수와 다를 바 없었다. 2주 마다 몇 마리의 버팔로가 제공되었다. 부족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량으로 인디언들은 굶주렸다. 인디언들은 보호 구역 밖으로의 외출과 여행도 허락되지 않았다. 1883년, 미 의회 의원들이 스탠딩 록을 방문했을 때 시팅 불은 울분을 터뜨리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것은 대등한 관계에서의 의사 표현이라기 보다는 부족의 생존을 위한 간청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본격적인 인디언 동화 정책을 추진한다. 1883년, 선교사들에 의한 인디언 아동들의 학교 교육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새롭게 지은 영어 이름으로 불렸고, 가족과 떨어져서 기숙사에 머물렀다. 81개의 기숙사 학교와 147개의 일반 학교가 생겨났다. 시팅 불의 자녀들 또한 그 학교에 다녔다. 다큐에서 나이든 인디언 여성은 영어가 아닌 인디언 말을 썼다고 자신의 입에 비누를 짓이겨 넣은 백인 여사감에 대해 증언한다.

  인디언들처럼 중국인들도 서부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대륙 횡단 철도의 건설 노동자로 들어온 중국인들은 30만 명에 이르렀다. 백인들의 중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은 계속 커져갔다. 그 가운데 터진 일이 1871년 LA에서 일어난 'Chinese massacre'였다. 처음 시작은 여자 하나를 두고 벌어진 두 중국인 갱단원의 싸움이었다. 그것은 곧 백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과 방화, 살상으로 이어졌다. 28명의 중국인들이 사망했다. 타인종에 대한 명백한 테러이며 학살이었다. 1882년, 캘리포니아 의회는 중국인 이민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적절하고도 야만적인 방식으로 중국인 이민자들을 배제시켰다.

  그 즈음, 몰몬교도들에 대한 미 연방 정부의 통제력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몰몬교의 성전 도시 솔트레이크 시티에도 많은 이민자들이 도착했다. 매춘업소가 생겨났고, 거룩한 사막 성전 도시는 타락에 물들어 갔다. 1882년, 에드먼드 법안(Edmunds Act)이 통과되었다. 이 법에 따라 일부다처제는 연방법에 의해 5년형의 구금에 해당하는 범죄로 규정되었다. 1300명의 일부다처 몰몬교 남자들이 투옥되었다. 몰몬교도들은 연방 대법원에 항소까지 했으나 패했다. 교회가 해체되고 소유 재산이 몰수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몰몬교의 수장 윌포드 우드러프는 1890년, 일부다처제 교리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몰몬교 지도부는 자산을 매각하고 정당을 해산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1896년, 유타주는 45번째로 연방에 가입한다.

  서부는 거칠고 황량한 땅이었다. 1886년의 극심한 가뭄, 그리고 1887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에 최악의 한파가 서부를 덮쳤다. 많은 소들이 죽어나갔고, 그제서야 서부의 사람들은 그 땅과 기후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서부라는 공간이 갖는 모험과 도전, 로맨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다. 버팔로 빌(Buffalo Bill)은 대단한 흥행사였다. 그의 'Wild West' 쇼는 서부에 대한 거대한 서사극이었다. 총잡이들과 군인, 인디언들의 싸움이 대중의 오락거리로 재탄생했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을 괴롭히고 무찌르는, 현실의 피해자가 가해자 노릇을 하는 기이한 쇼였다. 그럼에도 당시의 관객들은 열광했고, 버팔로 빌은 유럽 순회 공연까지 하며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빅토리아 여왕까지 버팔로 빌의 공연을 보고 극찬했다. 버팔로 빌은 시팅 불을 쇼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시팅 불은 높은 출연료를 받고 쇼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버팔로 빌을 아주 좋아했으며, 와일드 웨스트 쇼에 나오는 여성 명사수 애니 오클리(Annie Oakley)를 수양딸로 삼기도 했다. 비록 패배한 원주민족 추장이기는 했으나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명성은 널리 퍼졌다. 그렇게 라코타족 추장의 영욕의 생애가 저물고 있었다. 


 
 
*사진 출처: pbs.org        뛰어난 흥행사 버팔로 빌(
Buffalo B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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