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다 놓은 보릿자루. 그 말의 반대말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뭐가 있을까? 'party starter'는 어떨까? 영화 'Cha Cha Real Smooth(2022)'의 주인공 앤드류는 대학을 졸업한 22살의 청년이다. 앤드류는 동생을 데리고 우연히 가게된 mitzvah party(유대교의 성인식 파티, 13살이 되는 해에 치룸)에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잘 해낸다. 그 재능을 알아본 학부모들은 앞다투어 앤드류를 'party starter'로 고용한다. 파티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고 진행자 역할을 하는 그 일은 어느새 앤드류의 부업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앤드류는 파티에서 자폐증 여학생 롤라와 그 엄마 도미노를 알게 된다.
앤드류에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아직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우선은 돈을 벌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여자 친구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앤드류는 돈이 좀 모이는대로 여자 친구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떠날 생각이다. 그런데 그런 앤드류에게 자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싱글맘 도미노가 눈에 들어온다. 짝사랑은 아니다. 도미노도 딸 롤라를 따뜻하게 대하는 앤드류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22살 백수 앤드류, 32살 싱글맘 도미노, 이 둘의 사랑이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앤드류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사람과도 같다. 22살이란 나이에 무언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32살의 도미노는
어떤가? 도미노의 삶도 불안하게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되었고, 아이 아빠는 자신을 떠났다. 그런 도미노가 가장
갈구하는 것은 '안정'이다. 약혼자 조셉과 함께 한다면 붕 떠있는 삶이 비로소 땅에 닿은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고 여자는
생각한다. 감정적으로는 앤드류에게 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약속된 미래와 불확실한 모험, 도미노는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갈등한다.
앤드류가 도미노에게 느낀 사랑의 감정은 어떤 면에서 '보살핌'과 '관계 맺기'의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앤드류의 모친은 조울증을
앓고 있고, 앤드류는 12살 동생을 엄마를 대신해서 챙긴다. 아마도 앤드류에게 자폐증을 앓는 롤라와 싱글맘 도미노 또한
보살펴야할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앤드류의 배려와 보살핌은 도미노와 롤라에게 위로가 된다. 그 지점에서 도미노는 앤드류를
밀어내기로 마음먹는다. 도미노는 자신과 롤라를 보살피느라 앤드류가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22살의
앤드류에게는 경험해야할 청춘의 많은 날들이 있고, 32살의 도미노에게는 안정된 삶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랑'은 인생의 많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때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자신의 한계와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앤드류와 도미노의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도미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앤드류는 차
안에서 조용히 흐느낀다. 22살의 청춘에게는 일과 사랑을 찾기 위한 수업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파티 참석자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자신은 결코 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파티 스타터. 앤드류는 이제 가족과 고향을 떠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홀로 서기를 하려는 참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드류 역을 연기한 Cooper Raiff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도 했다. 이 25살의 젊은 영화인은 연기와 연출, 거기에 제작이라는 세 개의 공을 실수없이
저글링해낸다. 시나리오가 꽤 좋은 편이다. 청춘의 방황을 로맨스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솜씨가 돋보인다. 진부한 삼각 관계로 흐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쿠퍼 레이프는 '성장'이라는 주제에 잘 녹여낸다. 다소 투박하기는 해도 'Cha Cha Real
Smooth'는 쿠퍼 레이프의 영화에 대한 재능과 그가 가진 포부를 가늠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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