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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Pai Tirano(The Tyrant Father, 1941), La diosa arrodillada(The Kneeling Goddess, 1947), Hamilton (musical, 2020) , 42nd Street (musical, 2019), A Cop Movie(2021),

 

갈무리 해둔 영화들 특집


O Pai Tirano(The Tyrant Father, 1941): António Lopes Ribeiro
La diosa arrodillada(The Kneeling Goddess, 1947): Roberto Gavaldón


42nd Street(musical, 2019): Bonnie Langford, Tom Lister, Clare Halse 출연
Hamilton(musical, 2020): Richard Rodgers Theater, 오리지널 캐스트, 2016년 공연

A Cop Movie(2021): Alonso Ruizpalacios



1. 포르투갈의 고전 코미디 영화: O Pai Tirano(The Tyrant Father, 1941)

  'O Pai Tirano'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폭군 아버지'쯤 되겠다. 영화의 제목은 영화 속 주인공이 연습하고 있는 연극의 제목과 같다. 포르투갈에서 1941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리스본 백화점 직원 치코는 동료 직원 타탕을 좋아한다. 하지만 타탕은 가진 것 없는 치코를 무시한다. 아마추어 극단 배우인 치코는 집에서 틈만 나면 상연할 연극 연습을 한다. 연극 속 그의 배역은 귀족의 아들이다. 같은 하숙집에 머무는 타탕은 치코의 방에서 연극 연습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치코를 진짜 귀족으로 착각한 타탕. 극단 배우들은 현실에서 연극 속 배역을 맡아 치코의 사랑을 엮어주려고 노력하는데...

  영화가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슬랩스틱적인 요소도 있고, 무엇보다 현실과 연극이 뒤섞이면서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 낸다.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포르투갈 영화사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언급된다. 영화 곳곳에는 귀족과 평민, 부르주아와 하층민의 계급/계층 갈등에 대한 풍자가 깔려있다. 주인공 치코가 일하는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부유한 이들이다. 역시 그곳에서 일하는 타탕은 화려한 부유층의 삶을 선망한다. 그런 타탕에게 가난한 치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귀족의 아들로 착각한 이후로 둘의 사이는 급진전한다.

  포르투갈의 현대사는 독재자 살라자르(António de Oliveira Salazar)의 오랜 폭정으로 얼룩져 있다. 그가 권좌에 있던 1932년부터 1968년까지, 포르투갈은 종교와 민족주의, 가족, 전통의 가치를 강조한 'Salazarism'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우익 보수 이데올로기는 오랫동안 문화와 예술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O Pai Tirano'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 거리에는 경찰들이 마치 행인처럼 곳곳에 깔려 있다. 시민을 감시하는 경찰 국가의 일면은 그렇게 숨은 그림처럼 존재한다. 독재 국가에서 코미디는 가장 각광받는 안전한 장르이다. 즐거운 웃음 속에 현실의 괴로움과 문제를 잊게 만드는 것. 이 영화가 가진 유머 코드는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시대를 뛰어넘어 반복적으로 변주되었다.



2. 멕시코 영화 황금기의 대표작: La diosa arrodillada(The Kneeling Goddess, 1947)

  영화의 제목 '무릎을 꿇은 여신'은 영화를 지배하는 조각상을 가리킨다. 부유한 사업가 안토니오는 아내 엘레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 매혹적인 외모의 가수 라켈은 안토니오에게 아내와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남자는 가정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 그가 아내를 위한 선물로 구입한 조각상은 내연녀 라켈을 꼭 빼닮았다. 안토니오에게 실망한 라켈은 멀리 연주 여행을 떠나고, 그 사이 안토니오의 아내가 갑자기 죽는다. 안토니오와 라켈은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전처의 죽음을 둘러싼 의심과 불안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흔든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기묘하게 결합한 이 영화는 주인공 라켈 역을 맡은 여배우 마리아 펠릭스(María Félix)의 매력에 크게 의존한다. 1940년대와 1950년대 라틴 아메리카 영화계를 대표한 여배우 마리아 펠릭스는 유럽에까지 진출해서 영화를 찍었다. 영화 속 조각상은 육감적인 여성의 나신을 묘사한 것으로 상영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관객의 시각에서 보아도 무척 대담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데, 당시 관객들에게는 더했을 것이다. 여성 단체는 영화 상영을 항의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한마디로 영화는 마리아 펠릭스가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내며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이 여배우의 고혹적인 외모, 춤과 노래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감상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복잡하게 뒤틀린 영화의 멜로 드라마 서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 낯선 멕시코 영화는 당시 관객들의 취향과 영화 제작 풍토를 가늠하게 해준다. 'The Kneeling Goddess'는 낭만적인 로맨스에 춤과 노래를 결합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영화의 오락적인 기능을 극대화한다. 이 영화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를 아우르는 멕시코 영화의 '황금 시대(Golden Age)'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3. 뮤지컬 특집: 42nd Street(musical, 2019), Hamilton(musical, 2020)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기원은 Pre-Code 시대의 영화 '42nd Street(1933)'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에 Harry Warren과 Al Dublin에 의해서 뮤지컬로 탄생한 이후로 이 작품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Bonnie Langford, Tom Lister, Clare Halse가 출연한 West End 공연 버전은 그야말로 영국 뮤지컬의 저력을 입증한다. 놀라운 탭 댄스와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 내는 배우들을 보는 것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화려한 의상과 정교하게 구성된 무대 장치는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는 배우들의 공연은 그들이 리허설에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중심의 전통적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 뮤지컬 'Hamilton'이 있다. Lin-Manuel Miranda는 미국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정치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일생을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그는 빠르고 강렬한 랩, 재즈와 소울 음악으로 이 뮤지컬의 넘버들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전위적 뮤지컬인 '해밀턴'은 2시간 반 동안 기가 막힌 라임(rhyme)으로 가득한 랩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배우들이 그 가사들을 어찌 다 외우는지 그저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 린 마누엘 미란다는 뮤지컬의 작곡자이면서 본인이 주연을 맡아 오리지널 캐스트 멤버로 공연까지 했다.

  이 뮤지컬에는 흑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해밀턴의 정적이었던 애런 버(Aaron Burr)를 비롯해 대부분의 배역들을 흑인 배우들이 소화한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뮤지컬의 변모일 것이다. '해밀턴'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 코러스 배우들이었다. 그들의 존재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해밀턴'의 코러스는 합창과 춤으로 극의 진행을 이끌면서 주연 배우들을 보조한다. 진화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흥미로운 단면을 '해밀턴'에서 확인할 수 있다. 
 


4. 다큐인가 영화인가: A Cop Movie(2021)

  'A Cop Movie(2021)'는 밤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 테레사를 비춰주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테레사가 무전으로 출동 명령을 받고 간 곳은 범죄 현장이 아니라 어느 가정집의 출산 현장이다. 구급차를 불러도 오지 않자 테레사는 출산을 돕는다. 멕시코 경찰의 고단한 삶의 현장을 찍은 다큐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관객들은 테레사의 일상을 따라간다. 대낮 길거리에서 맞닥뜨린 범죄 용의자는 지하철로 도망친다. 테레사를 급박하게 따라가는 카메라가 용의자를 안정적으로 화면 안에 담을 때, 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저거 진짜인가...
  
  멕시코 출신의 감독 Alonso Ruizpalacios가 만든 'A Cop Movie(2021)'는 다큐와 극영화, 그 둘 중에 어느 범주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의 'movie'는 이 다큐 영화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감독은 실제 멕시코 경찰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경찰들을 인터뷰 했다. 그래서 선정된 이들이 경찰 부부인 테레사와 몬토야였다. 그 두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실제인 것처럼 연기를 했다. 그런데 그 배우들은 경찰 직무를 이해하기 위해 경찰 학교에 가서 전문적인 극기 훈련까지 받았다. 진짜 '경찰(cop)'의 이야기와 '영화(movie)'의 결합. 이것은 로브 라이너의 모큐멘터리(mockumentary)영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This Is Spinal Tap, 1984)'와 닮아있다. 로브 라이터는 어느 록 그룹의 결성과 해체를 다큐멘터리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A Cop Movie'의 배우들이 보여준 리얼리티는 직접 소화해낸 경찰 학교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주연 배우들은 경찰 부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경찰 업무, 연애의 과정을 각각 구술한다. 감독 루이즈팔라시오스는 실제와 영화적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트릭을 썼다. 테레사와 몬토야 부부의 이야기를 녹음해서, 그것을 배우들의 입 모양에 합성한 것이다. 그 결과, 다큐 중간 중간에 싱크가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연극적 '소격 효과(疏隔效果)'처럼 보이는 그런 기법은 관객이 다큐 속 인물들과 거리를 두게 만든다.

  과연 'A Cop Movie'의 그러한 실험적 시도는 성공적일까? 이 작품은 지금 시대의 다큐멘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현 방식에서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근원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술꾼들을 인터뷰해서 출연자를 뽑은 다음에, 하룻밤 술집을 빌려 진창 술을 마시도록 해서 찍은 'Bloody Nose, Empty Pockets(2020)'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면에서 'A Cop Movie'는 다소 낯설고 어설퍼 보이기는 해도, 그 실험 정신은 나름대로 칭찬할 만 하다.


*사진 출처: amensagem.pt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배우 마리아 펠릭스(
María Félix)



***사진 출처: letsgotothemovies.co.uk



**** 다큐 'Bloody Nose, Empty Pockets(2020)'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10/bloody-nose-empty-pockets2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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