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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24의 게시물 표시

자작시: 죽은 나무

  죽은 나무 새벽에 꿈을 꾸었다 죽을 사(死)자가 아주 커다랗게 허공에 쓰여있었다 정말로 죽을 꿈인가 마음이 서늘해진다 지난 1년은 몸이 너무도 아파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어차피 버릴 시를 쓰느라 죽어버리고 싶었다 가끔은 그 모든 게 내 사주(四柱)에 단 하나뿐인 나무 목(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살아있는 기운인데 나무가 말라비틀어지고 나무가 바람을 가두지 못하고 나무가 고양이 울음에 놀라고 나무가 풀벌레와 함께 울고 나무가 사람을 진저리나게 싫어하고 나무가 나무가 나무가 죽어버린 나무에 물을 주면 백 년, 어쩌면 그 후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도 마침표 없는 글에다 물을 따라 준다

자작시: 촛불

    촛불 하늘이 눅눅하다 비가 올 것 같다 현관에 촛불을 켜둔다 국군의 날, 억울하게 죽은 군인들 생각이 나서 그리고 10월에는 아버지 기일(忌日)이 있으니까 촛불은 차분하게 타오른다 어느 무당의 말을 들으니 촛불이 타는 모양새에도 뜻이 있다고 하더군 흔들리는 촛불은 불길하다지 벌써 지 몸뚱이의 절반을 태운 싸구려 양초는 상자곽에 쓰여 있는 제사용 고급 양초의 명성을 배반한다 고급의 인생은 어떤 것인지 잠깐 생각을 해본다 좋은 차, 좋은 집, 잘 먹고 잘사는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결국은 고급의 그 어떤 중심의 삶 촛불이 잠시 흔들린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어린 시절, 나의 피아노 가방에는 기도하는 소녀가 그려져 있었는데 소녀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아마도 촛불의 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만히 고요하게 타는 촛불 불쌍한 영혼들, 이 세상 어디에서 헤매지 말고 잘들 가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