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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hen과 같은 이민자의 삶, Happy Cleaners(2019)

 

  대학 다니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선언했다. 뭔가 대단한 계획이 있나 했더니 푸드 트럭을 하겠다고. 하고 있는 세탁소는 임대인이 바뀐 뒤로 비워줘야할 상황이다. 뉴욕 플러싱에서 17년 동안 세탁소를 해온 이민자 최씨 부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아메리칸 드림은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 이 가족,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Julian Kim, Peter S. Lee의 2019년작 'Happy Cleaners'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영화는 고성이 오가는 엄마와 아들의 언쟁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한국말로 야단을 치고, 아들은 영어로 응수한다. 이민자 가정의 이러한 이중 언어 사용은 매우 일반적인 모습이다. 생존을 위해 영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한국말이 편한 1세대, Asian American의 정체성에 영어가 모국어인 2세대. 구사하는 언어만큼이나 부모와 자녀 세대의 사고방식도 전혀 다르다. 드라이클리닝 컴플레인으로 찾아온 백인 여성은 터무니없는 액수의 보상을 요구한다. 엄마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보상금을 내어준다. 케빈이 화를 내며 그 이유를 묻자, 엄마는 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 편이 아니니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이 'my country'라고 말하는 케빈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몸을 사리는 부모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이민자 가정에서 일어나는 세대 갈등과 간극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자신들은 뼈빠지게 고생하지만, 자녀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성공하는 것. 그것이 이민자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하지만 최씨 부부의 현실은 혹독하다. 세탁소를 그만둔 부부는 생계를 위해 일용직을 전전한다. 아들은 공부 대신 음식 장사를 하겠다고 하고, 딸은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Happy Cleaners'에는 한인 이민자들의 현실이 사실적인 풍경 속에 펼쳐진다. '세탁소'는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이 선택한 주요한 업종이며, 교회는 인적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세탁소의 보일러가 고장나자 엄마는 딸에게 수리 업체를 알아보라고 말한다. 일하다 말고 전화를 받은 딸은 수리 기사인 교회 권사의 이름을 알려준다. 빠듯한 매상에도 감사 헌금을 떼어놓는 일은 잊지 않는다. 이민자들에게 있어 교회가 갖는 중요성은 영화 '미나리(Minari, 2020)'에서도 드러난다. 정이삭 감독은 1980년대 미국으로 간 한인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속에서 젊은 부부는 교회를 정신적, 사회적 버팀목으로 여긴다.

  문장 부호 hyphen(-). 영화의 마지막에 흐르는 랩 음악의 가사는 이민 2세대를 문장 부호에 비유한다. 그들에게 자기 정체성이란 바로 그 hyphen처럼 앞단어(한국인)와 뒷단어(미국인)를 연결하는 지점에 있으며, 그 둘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 케빈은 할머니가 해주는 '묵밥'을 가장 좋아한다. 이 가족의 식탁을 채우는 음식은 흰 쌀밥과 보쌈, 뚝배기, 매운탕, 삼겹살, 닭볶음탕과 같은 전형적인 한국 음식이다. 케빈의 엄마는 번거롭게 품이 드는 오이지에 집착한다. 친정 엄마를 기억하고픈 엄마에게 '오이지'는 그냥 반찬이 아니라 떠나온 고국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대사와 번역에 있었다. 영화 속에서 한국어 대사가 나올 때 영어 자막이 뜬다. 집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대니와 마주친 엄마는 빵집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장면을 본 현이는 나중에 엄마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다.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눙친다.

  "응, 내가 대니 잡아먹었어."
 
  그 장면에서의 자막은 'I give him a hard time'이다.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 존재하는 이 미묘하고도 놀라운 차이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문화의 간극이기도 하다. 이민자의 삶이란 그 비어있는 틈 사이를 끊임없이 메꾸는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Korean American에서 Asian American으로 변모하는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려준다. 결국 창작자에게 있어 창작의 출발점은 언제나 그 '자신'이다. 'Spa Night(2016)' 앤드류 안(Andrew Ahn)은 한인 이민자 2세대, 동성애자인 주인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나의 문제에서 나아가 사회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 그런 면에서 'Happy Cleaners'는 공동 감독 줄리언 김과 피터 리가 좋은 출발을 했음을 알려준다. 그들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미국 한인 2세 감독들의 영화

앤드류 안(Andrew Ahn)의 영화들, Spa Night(2016)와 Driveways(2019)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10/andrew-ahn-spa-night2016-driveways2019.html

영화 미나리(Minari, 2020)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4/minari-2020.html

영화 Gook(2017)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4/la-justin-chon-gook2017.html

영화 Seoul Searching(2015)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4/1986-benson-lee-seoul-searching20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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