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Rat Fink'의 결말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4살 청년 Schuyler Hayden은
영화에 출연해서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초짜 배우에게 주연을 맡길 영화사는 없었다. 그래서 헤이든은 자신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있는 대로 돈을 그러모았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Rat Fink(1965)'의
주인공 로니가 될 수 있었다. 스카일러 헤이든이 연기한 로니는 스타가 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청년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기타를
가지고 화물 열차에 무임승차한 젊은 남자가 보인다. 잠시 정차한 역에서 단속반에 들킨 그는 달아나다가 기타마저 잃어버린다. 이제
그가 가진 것은 말 그대로 맨몸뚱이 뿐이다. 과연 이 무일푼의 무모한 가수지망생은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중년 여자를 유혹해서 훔친 돈으로 로니는 멋진 양복을 사입는다. 그리고 잘 나가는 클럽에 간다. 거기에는 이제 막 뜨고 있는
록가수가 공연을 하고 있다. 로니는 질투와 선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가수를 쳐다본다. 공연을 끝낸 가수가 마침내 차에 탔을 때,
로니는 차 안으로 담뱃불을 던진다. 미리 휘발유가 부어진 차는 폭발한다. 끔찍한 화상을 입은 가수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로니에게서
정신병적인 징후가 감지된다. 이 사이코패스 가수 지망생은 그렇게 유력한 경쟁자를 제거했다.
로니는 그 가수의 소속사 사장 폴을 찾아간다. 데모 음반 작업으로 로니의 재능을 확인한 폴은 기꺼이 계약한다. 돈과 명성이
로니를 따라오지만, 비뚤어진 내면을 지닌 록스타의 행로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로니는 무분별한 연애와 향락에 몸을 던진다. 팬으로
만난 어린 여학생 베티를 농락하고 차버린다.
흑백 필름 속의 스카일러 헤이든은 눈부시게 빛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반드시 스타가 되겠다는 24살 헤이든의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어떤 면에서 영화 속 로니는 헤이든의 영화적 자아이기도 하다. 잘 생긴 외모와 음악적 재능, 거기에
집요한 열망까지 더해져 로니는 록스타의 길에 들어선다. 'Rat Fink'는 음반 산업과 스타 시스템을 냉정하게 응시한다. 폴은
화상을 입어서 더이상 쓸모없어진 신예 스타의 자리를 재빠르게 로니로 대체한다. 가수는 하나의 상품이며, 그 가치는 얼마만큼의 많은
돈을 그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폴은 자신의 상품인 로니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로니는 그런 폴의 권위와 영향력을 무시하려 든다. 로니는 폴에게 자신의 수익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폴의 아내를 유혹하기까지
한다.
갑작스럽게 얻은 명성은 파괴적 성향의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로니를 극한으로 몰고 간다. 결국 로니는 낙태를 거부한
베티를 죽인다.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로니는 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폴이 떠난 빈 녹음실, 천장에서 내려다 본 부감 쇼트는
바닥에서 울부짖는 로니를 작고 불쌍한 생명체처럼 보이게 만든다. 마침내 로니의 자동차가 기차와 부딪히는 순간, 근처 가게의
주크박스에서는 로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질주한 하층 계급 출신 록가수의 꿈은 그렇게 스러진다.
그렇다면 로니를 연기한 스카일러 헤이든의 꿈은 현실에서 이루어졌을까? 영화는 폭망했고, 이 영화는 원본 필름의 소재조차 알 수
없었다. 헤이든은 37살의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떴다. 2017년, 기적적으로 발견된 필름으로 Blue-ray가 복원판을 발매했다. 그렇게 'Rat Fink'에는 재능있는 젊은 배우의 꿈과 비운의 인생이 겹쳐져 있다. 이 영화는 또한 흑백 필름이 가진 명징한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빌모시 지그몬드(Vilmos Zsigmond)는 1970년대와 1980년대 할리우드를 풍미한 촬영 감독이었다. 그는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McCabe & Mrs. Miller, 1971), '허수아비(Scarecrow, 1973)',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를 촬영했다. 'Rat Fink'는 그의 초기작으로 위대한 촬영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빌모시 지그몬드가 촬영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리뷰
The Sugarland Express(1974),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나이는 27살이었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06/1970-sugarland-express-1974.html
Winter Kills(1979), 이 망해버린 영화는 촬영만 좋다.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05/winter-kills-1979.html
***구사일생으로 생환한 영화들 리뷰: 오랜 세월 필름이 유실되었다가 기적적으로 발견된 경우
Joseph L. Anderson 감독, Spring Night, Summer Night(1967)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09/1960-spring-night-summer-night1967.html
Barney Platts-Mills 감독, Bronco Bullfrog(1969)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5/bronco-bullfrog1969-private-road1971.html
Frank Perry 감독, Last Summer(1969)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1/06/last-summer1969.html
George Romero 감독, The Amusement Park(1975)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6/amusement-park1975.html
*****Rat Fink는 속어로 너저분한, 혐오스러운 사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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