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이름이 등장한다. 각본을 릴리언 헬만이 맡았다. 원작은 시드니 킹슬리의 브로드웨이 연극(1935)이다. 짜임새 있고 극적인 서사를 잘 써내려가는 헬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매카시즘에 맞서서 의회 증언을 거부한 공산주의자답게(헬만은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영화는 좌파주의적 시각으로 도배되어 있다. 사실 제작사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걱정했던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헤이스 코드(Hays code)에 따른 검열이었다. 영화는 등장인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다.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Baby Face' 마틴은 악명높은 갱스터이지만 영화 내내 직접적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틴이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예전 여자 친구 프랜은 '매춘부'인데, 거기에 대한 언급도 검열에 걸리기 때문에 분위기로만 제시된다. 이렇듯 이 영화는 수수께끼 풀어가듯 막연한 암시들을 하나하나 짜맞추면서 보아야 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검열에 통과했음'이라고 자랑스럽게 자막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촬영을 누가 했는가 하면 그레그 톨랜드가 했다. 그렇다.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의 그 위대한 촬영 감독이다. 톨랜드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촬영은 그야말로 눈을 정화시키는 느낌이다. 빛과 어둠을 명징하게 조화시키는 톨랜드의 촬영은 예술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일종의 수미쌍관을 이룬다. 뉴욕의 화려한 고층 건물에서부터 수직으로 하강하는 크레인 쇼트는 East River의 빈민가에서 멈춘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 반대로 빈민가에서 화려한 빌딩이 보이는 공중으로 상승하는 쇼트이다. 톨랜드는 이 영화에서 크레인 쇼트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런 쇼트들은 부자와 빈자, 고층 고급 주택과 더러운 슬럼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뉴욕의 퀸즈보로 다리 근처의 빈민...
푸른별의 구글 블로그입니다. 영화와 미디어에 대한 비평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바랍니다. All text contained here within is written by the author. It cannot be used in any format without the permission of the author.